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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파산

faov 2023. 5. 18. 09:51

얼마 전 버블 붕괴 후의 일본 주택 시장과 우리의 주택 시장을 비교해 보여 준 다큐멘터리가 기억 난다. 고령화 사회로 넘어감에 있어 우리나라가 일본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의미 심장한 내용을 많이 품고 있었지만, 솔직히 그다지 와 닿지 않았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 이유는 다른 나라의 주택시장이 주는 비현실성 때문은 아니다. 일단 내 집에서 살고 있으며, 서울에서 살고 있지도 않고 부동산 투자(라 쓰고 투기라 읽는)에도 관심이 없으며, 뭐든 현실적인 실소유/사용자의 입장을 우선시하는 입장 때문에 현재의 우리나라 주택시장이 너무 비현실적이라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오히려 개인적으로 더 와 닿고 더욱 걱정되는 것은 바로 이 책에서 언급하는 가족의 파산이다. 파산 이라는 경제용어만 보면 경제적 지원만 해결 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쉽고 단순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하지만, 파산 의 원인이 소위 부양에 대한 사회적 강요, 생산가능 계층의 경제적 자립도, 소위 말하는 일자리 및 부동산 문제에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는 것을 인지한다면 그리 안주할 상황만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부모의 재력이 자식의 능력이 되어 그것이 부이든 가난이든 확장되기 쉬운 현실에서 우리는 과연 최소한의 안전망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관료적인 공무원 체계 자체도 일본보다 경직되어 있고 비효율적일 것 같은데 과연 국가에 기댈 수 있을까? 아니면 철저히 동물처럼 알아서 생존하는 정글처럼 인지하고 살아가야 할까? 양극화가 극대화되는 사회에서 이러한 문제조차 공감하지 못하는 사회가 벌써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잠시 멈춰가고 싶지만 멈추는 순간 마이너스에 궤도에 들어갈 것 같은 불안한 상황을 살고 있는 것이 거의 대부분의 삶 아닐까? 그렇다면 과연 누가, 어떻게 마이너스 궤도에 들어갔을 때 나올 수 있을까? 그저 개인의 문제일 뿐인가?잘 모르겠다.한 편의 잘 만들어진 시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봤지만 어렴풋한 해결책도, 출구도 보이지 않는 느낌이랄까. 극히 일부의 문제라고 모른척 치부하기에는 그 끝이 너무 비참하다. 과연 우리는 일본과 달리 조금이라도 나은 길을 갈 수 있을까?

어느 날 갑자기 자식이 실직해 부모에게 돌아온다면?그나마 받고 있는 연금을 자식과 같이 써야 한다면?자식이 비정규직으로 부모의 간병을 떠맡는다면?가족이 있어서 안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이 있어 더 고통스럽다! 꿈을 꿀 때가 있는데, 수중에 돈이 하나도 없는 꿈이에요. 지갑을 꺼냈는데 돈이 한 푼도 없어요…….죽을 때까지 힘들 것 같아요. 어떻게 죽을지도 문제고. 아무튼 생활은 해야 하잖아요. 희망이 없어요. (117쪽)연금만으로는 생활이 어려워 예금을 탕진하는 노인들.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를 구할 수 없는 젊은이들. 워킹푸어, 부모님 간병, 비정규직 사회, 고독사, 노후파산… 언제부터 이 나라는 장수를 기뻐하고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없는 곳이 되었나? 나이가 들어 자식들과 함께 사는 것이 왜 불행한 일이 되었을까?한평생 성실하게 일하면 노후에 따뜻한 방 안에서 귀여운 손자에게 둘러싸여 웃으며 기뻐할 수 있는 삶이 올 것이라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 오히려 가족의 존재가 위험한 요소가 되고, 자식과 부모가 함께 파산하는 현실. 이혼, 부모 간병, 비정규직, 워킹푸어가 이미 우리 삶에 깊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이 책은 일본 NHK 스페셜 제작팀이 취재한 고령자 가족 사례를 바탕으로 ‘인구 초고령화(약 3000만 명이 고령자)’라는 인구 구성의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는 일본에서, 그간 20여 년 넘게 진행되어온 노동의 유연화 및 신자유주의적 복지정책 실시(연금 수령액 삭감, 의료비나 돌봄 등 공적 서비스 비용의 자가 부담 증가)등의 폐해가 현재 고령자와 그 가족들이 겪고 있는 비참한 빈곤 문제로 단적으로 드러나고 있음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특히 한 가족 내에서 고령자의 빈곤 문제와 고령자의 자녀나 손주들의 빈곤 문제가 연쇄적으로 일어나면서 한 일가족 전체가 파산에 이르렀거나 파산 직전의 예비군 상태인 점, 즉 빈곤이 세대로 이어지면서 심화되며 악순환하고 있는 점을 그 사회적 배경과 함께 잘 보여준다. 또한 ‘노후파산’이 단순히 노인만의 문제가 아닌, 지금-여기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점을 이야기한다.

추천하는 글
프롤로그
들어가며 노후파산, 그 이후의 문제

1장 가족이 있어도 노후파산을 피할 수 없다

친자동거 세대에 확산하는 새로운 노후파산
자녀와의 동거가 노후파산의 방아쇠가 되었다
생활보호 중지, 드리워지는 파산의 그림자
병원 갈 돈이 없어요
평범한 가족이었는데……
실직과 아버지의 병환 - 동거를 결심하다
연금만으로 살 수 없고, 헐어서 쓸 예금도 없다
당연한 바람조차 갖지 않게 된 현실
벗어날 수 없는 비정규 노동-아들의 실직
노후파산의 고리를 끊고 싶다
가족이 함께 살 수 있을까
가족과 살아도 하루 중 대부분은 혼자다
무겁게 짓누르는 의료비 부담
친자파산을 어떻게 발견할까?
고루 미치지 못하는 ‘이웃 살핌’의 눈길
지역의 이웃 살핌 활동은 어떻게 될까
취업 지원으로 친자파산을 막을 수 있을까
설문 조사로 드러난 노후파산의 실태


2장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노후파산 예비군

자립할 수 없는 중년의 자녀들
일을 그만둘 수 없는 늙은 부모들
사회와 교류를 끊고 사는 아들
일하고 싶어도 자리가 없다
중류층이었는데……
노후파산의 위기
친자파산을 향한 카운트다운
캐스터 칼럼-왜 지금 친자파산일까? 전문가에게 듣다


3장 간병이직?도움을 청하지 못하는 비극

왜 노모와 아들이 사체로……
아무도 노모와 아들의 죽음을 몰랐다
모자의 죽음은 피할 수 없는 비극이었을까
모두가 부러워한 사이좋은 모자
간병이직을 초래한 고립
가족이 있으면 오히려 어려워지는 구조요청 신호
도와 달라 말하지 않은 모자
지역사회는 친자파산을 어떻게 막을까?
간병이직 10만 명 시대


4장 친자파산을 막는 세대 분리

급증하는 고령자,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요양 현장
이렇게 될 줄 정말 몰랐다
노후파산의 벼랑 끝에 내몰리다
자식에게 의지해야 할 노후가……
영원할 줄 알았던 중류층의 생활
최후의 수단 ‘세대 분리’
점점 가까워지는 건강에 대한 불안
아들과 헤어지던 날
무더위가 계속되던 어느 날
집을 떠나는 날
가족이라는 이름의 벽
생활 곤궁자 자립 지원제도
친자파산을 막기 위해서


5장 취업이 초래한 일중독거

고령자의 일중독거(日中獨居)
겉으로 드러나기 어려운 가족과 고령자의 과제
집을 비운 사이에 돌아가신 아버지
일과 간병을 양립하는 가족의 고충
‘싱글 간병’으로 피폐해지는 아들
아버지의 병원 진료에는 꼭 같이 가야 해요
가사도움 요양 서비스의 맹점
지역의 힘으로 친자파산을 막아라!

에필로그